

유예근 음악감독 "AI가 5년 내 음악제작 대체할 것...생존전략 찾아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AI가 본격적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심에 들어선 가운데 국내와 미국 영화·게임 음악 업계에서 종횡무진 활보하며 굵직한 이력을 남기고 있는 유예근 와이케이뮤직프로덕션 대표 겸 음악감독을 만나 최근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19일 본지가 직접 만난 유 감독은 "앞으로 5년 안에 AI가 기본 음악 제작을 사실상 대부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작곡만으론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음악계 주류로 자리잡는 흐름에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게 그의 부연이다.
AI로부터 좀더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분야로는 '뮤직 에디터(음악 편집자)'를 언급했다. 그는 "뮤직 에디터는 한국에선 아직 낯선 용어지만, 미국에선 이미 전문화된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뮤직 에디터는 단순히 음악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호흡에 맞게 음악을 편집, 가공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뮤직 에디터는 단순 오퍼레이터(기술자)와는 차원이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면서 "AI의 음악 창작 기술은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음악이 장면 안에서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감정을 어떻게 극대화하거나 억제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음악이 작품과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감정을 정확히 건드리는 미묘한 지점은 인간의 감각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 감독은 "현 시점은 오히려 '뮤직 에디터'의 전문성이 새롭게 조명을 받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예근 와이케이뮤직프로덕션 대표 겸 음악감독. 사진=와이케이뮤직프로덕션 제공
유 감독은 음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투자' 관련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음악가야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반드시 투자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재정 압박에 시달리며 창작을 이어가는 음악가들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기 때문에 자산을 관리하고 키우는 공부도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현업과 더불어 투자를 병행하며 자산을 관리 중이다. 유 감독은 "투자가 거대한 자본가들만의 영역이라는 고정 관념을 버려야 한다"면서 "AI 시대에 음악가들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방편이 아니라 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투자할 것"을 권했다.
유 감독은 "앞으로도 음악 감독이자, 자산 투자자라는 하이브리드 포지션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그렇게 해야 하고 싶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고, AI 시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AI가 몰고 온 변화가 음악가들에게 위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서울대학교 작곡가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러스(UCLA)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손턴 음악학교에서 필름 스코어링을 전공한 20년차 작곡가다. 음악 감독으론 올해로 6년차를 맞았다. 그간 게임부터 글로벌 OTT 작품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역량을 입증해왔다. 최근엔 국내외 음악계에서 AI 시대에 적응하는 새 음악가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론 게임 분야에서 네오위즈의 글로벌 히트작인 'P의 거짓' 오케스트라 스코어에 참여했으며,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 음악제작과 인폴드게임즈의 '러브앤딥스페이스'의 주요 음악 작업을 수행했다. 영상·방송 분야에선 넷플릭스와 HBO Max 등 글로벌 스트리밍 작품에 참여했고, 아르메니아의 스트리밍 서비스 '암플릭스' 드라마 '컬리전'에서 참여 작곡가로 활동했다.